3대가 이어온 마음의 고향
고전음악감상실, <하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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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구의 동성로 거리, 시끌벅적한 거리만큼이나 마음도 어수선해지기 십상이지요. 뒤숭숭해진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고 싶어지시면, 대구백화점 남문에서 앞으로 두 블록 정도 걸어서 왼쪽 골목으로 접어드세요, ‘하이마트’라고 쓰여 있는 노란 간판을 발견하셨나요? 골목 뒤편에 수줍은 듯 자리하고 있는 이곳이 우리가 찾고 있던 마음의 쉼터, 고전음악감상실 <하이마트(Heimat)>입니다.
지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실내에서는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추억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가지런히 놓인 의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언뜻 옛 영화관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한 쪽에 자리 잡은 피아노, 파이프오르간과 전자오르간이 이곳이 음악 감상실임을 말해줍니다. 2평 남짓의 전축실에 빼곡히 들어선 빛바랜 LP 레코드, CD, 비디오테이프, DVD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채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자그마한 중앙 무대 뒤로는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보이고 그 오른편으로는 단골이던 조각가 분이 선물로 주셨다는 베토벤, 브람스, 슈만 등 고전 음악가들의 대형 부조상이 보입니다. 부조상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듯한 이들이 지휘(?)를 하는 동안 전축실에서는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옵니다.
독일어로 ‘고향’이라는 뜻을 가진 ‘하이마트(Heimat)’가 대구를 고향으로 삼게 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고(故) 김수억씨는 미군부대와 미국의 친척을 통해 클래식 음반을 사 모으던 음악애호가였다고 합니다. 한국전쟁 때 대구로 피란한 김수억씨 일가는 전쟁이 끝났지만 쉬이 상경할 수 없었다고 해요. 그동안 모아온 수 천 장의 앨범들 때문이었지요. 전쟁 통에 어렵사리 모으고 지켜온 앨범들이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행여나 깨질세라 노심초사 하다가 결국 1957년 5월 13일, 화전동 옛 대구극장 맞은편에 음반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됩니다.
이런 사연으로 인해 대구에 둥지를 틀게 된 하이마트는 1969년에 딸 김순희씨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물려받게 되었고 2006년부터는 파리에서 오르간 전공으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큰아들 박수원씨가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딸에게, 딸이 그 아들에게 혼을 대물림한 반세기의 공간, 이렇게 3대의 혼을 대물림한 마음의 고향 하이마트는 특히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고향과 같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2006년 초 한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이마트의 근황이 소개되자, 옛 단골들이 전국 각지에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가게를 옮긴 줄 몰랐다. 왜 제대로 알리지 않았느냐”고 호통치는 사람도 있었고 “하이마트에서 만나 결혼했다, 연애시절을 회상하기 위해 가겠다”고 반가워한 부부도 있었습니다. 한밤중에 전화를 건 한 노신사는 “밀려오는 추억에 가슴이 울렁인다. 항상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틀어주며 살아와줘서 고맙다”라고 하셨대요. 몇 년 전에는 이병헌, 수애 주연의 영화 ‘그 해 여름’의 촬영장소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으나 하이마트가 소중한 진짜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추억 하나 하나를 가만가만 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하이마트와 같은 고전음악감상실에서 예전 같은 온기를 느끼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때는, 매일 수 백 명의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예전 같지는 않지요.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공간이 지켜져야 할 필연성이 설명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변화만이 미덕으로 여겨지고 몇 년은 고사하고, 며칠 앞도 내다보기 쉽지 않은 요즘 같은 시대에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저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운’ 그런 사람들, 그런 공간들이 있다고 믿습니다.
이곳을 찾는 한 분이라도 행여 헛걸음하실까 1년 365일 문을 열어 놓고 있는 하이마트는 진정 우리네 마음의 고향입니다. 긴 세월을 품고 있는 음악과 사랑을 나누는 작은 쉼터, 그곳을 단 하루도 쉼 없이 지켜온 주인장의 마음, 그 시간 그 자리를 함께 했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2007년 50번째 생일을 넘긴 하이마트, 이제는 우리가 이 공간을 함께 지켜나가야 하지 않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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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에서는 입장료 5000원이면 다양한 음료와 함께 클래식 음악의 진수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대가들의 연주 실황을 직접 보면서 듣는 좋은 음질의 음악은 우리에게 평소 느끼기 어려운 가슴 벅찬 감동을 전해 주지요. 그 가운데 찾아오는 마음의 안정은 덤이구요. 음악을 듣다가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에는 주인장께 직접 여쭈어 클래식에 대한 지식도 쌓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인 셈입니다. 음악영화 DVD를 가지고 방문하시면 재생도 해드립니다.
이곳에서는 많은 음악 동호회가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은 주부 클래식 감상반 소향회, 화요일은 대구한의대, 수요일은 영남대 의대 고전음악 감상반 콘체르토, 목요일은 Euterpe(음악의 여신)와 E'STERA(작은 별), 금요일은 주부 클래식 감상반 비바체와 악우회, 토요일은 MUSE 등 이렇게 여러 클래식 동아리가 하이마트를 찾습니다. 한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하이마트를 찾는 ‘대구 악우회’ 모임은 설립자 김수억씨 장례식 때 관을 들었을 정도로 하이마트에 애정이 깊은 단골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신 중학교와 청구 중학교는 ‘가방 없는 날’ 수업을 이곳에서 하기도 하고 ‘Pianolove’와 ‘늦Piano’ 같은 작은 피아노 모임들은 한 달에 한 번 이곳에 모여 서로의 연주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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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공평동 16-21
대구백화점 남문에서 두 블록 정도 앞으로 걸어가다 보면 꽃집에 나와 있는 화분 뒤로 ‘하이마트’라고 쓰인 노란 간판이 보이실 겁니다. 그 간판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서시면 건물 3층에 보입니다.
open-closed_ 11:00 ~ 20:00(연중무휴, 손님이 계시면 더 일찍도 여시고, 더 늦게 닫기도 하신다네요.^^)
T_ 053-425-3943 H_ http://www.heima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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