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아이돌이 8시즌까지 진행되면서 참가자의 경향도, 시청자가 원하는 후보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1시즌의 우승자는 파워 보컬 켈리 클락슨, 2시즌은 부드럽고 복고적인 루벤 스터다드, 3시즌은 흑인의 전형성에서 벗어났으면서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자랑하는 판타지아 바리노, 4시즌은 사랑스러운 컨트리 보컬 캐리 언더우드, 5시즌은 흥겨운 복고풍 퍼포머 테일러 힉스, 6시즌은 최초의 십대 우승자 조딘 스파크스, 7시즌은 로커 데이비드 쿡이었습니다.
그리고 8시즌에서는 크리스 알렌이 위너가 되었죠. 일단 그의 노래를 모은 클립을 보면서 얘기를 계속할까요?
처음엔 디바/디보 스타일의 정석적인 노래 잘하는 사람에게 포커스가 집중되었지만, 차츰 다양한 스타일의 후보가 등장하면서 아이돌 쇼를 풍성하게 해 주었습니다. 모든 우승자가 노래를 끝내주게 잘하는 사람, 음악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점은 결코 달라지지 않았지만요. 그렇다고 그해 우승자가 항상 그해 후보 중에서 최고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만약 5시즌에서 크리스 도트리가 나와서 록이 얼마나 멋진 음악인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7시즌에서 데이비드 쿡이 출전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여전히 로커 우승자는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6시즌의 블레이크 루이스도 뛰어난 노래실력은 덜했지만 유니크한 개성과 흥미로운 퍼포먼스로 준우승자의 자리에 올랐고, 7시즌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아티스트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제이슨 카스트로 같은 후보가 4위를 차지했어요.
이렇듯 8년의 세월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우승자가 배출되었고, 참가자의 경향도 다변화되었습니다. 7시즌이 최초의 로커 우승자 배출이라는 의미를 형성했다면 8시즌은 더더욱 큰 변화가 나타난 시즌이었습니다.
일단 크리스는 제작진의 지원사격 없이 우승한 첫 번째 후보가 되었습니다. 지금껏 아메리칸 아이돌 우승자는 어떤 의미에서든 지역 오디션부터 방송 분량이 상당했습니다.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이야 얼마나 귀신처럼 냄새를 잘 맡겠습니까? 우승을 할 만한 '포스'가 느껴지는 후보들이 있겠지요. 그들은 당연히 크든 작든 '푸시'를 해주게 마련입니다. 개인적인 사연도 미리미리 챙겨서 소개해주고 할리우드 오디션에서도 자주 보여줘서 '제작진 선호 후보'가 시청자의 눈과 귀에 익숙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크리스는 그런 '귀신 같은' 제작진 눈밖에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지역 오디션에서는 다른 여러 인물과 겹쳐서 약 2초간밖에 나오지 않았고 시청자가 그를 제대로 처음 본 것은 할리우드 그룹 오디션 때였습니다. 할리우드 위크에서도 크리스는 방송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죠.
그랬다가 top 36에서 마이클 잭슨의 어려운 노래를 자기 나름대로 흥겹게 부르며 크리스는 놀랍게도 top 12에 먼저 안착합니다. 이 다음부터도 제작진의 '만행'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시즌 제작진의 관심은 애덤 램버트, 대니 고키에게 있었거든요. 본선에 오르고부터는 아예 애덤 램버트 한 명에서 초점을 맞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표를 얻기에 불리안 앞 번호를 지속적으로 부여하며 크리스는 좋지 않은 상황에 몰렸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기 길을 충실히 갔습니다. 누구도 그를 견제하지 않을 만큼 그는 비상하게 자기 길을 갔습니다. 보컬 면에서 대니나 애덤처럼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파이널에 들어갈 때만 해도 누구도 그를 우승후보로 점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top 9에서 'ain't no sunshine'을 선보이며 크리스는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기타, 피아노 등을 연주하며 소탈하게 부르는 스타일은 인디음악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이전의 아이돌 쇼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죠. 크리스의 매력과 놀라운 편곡 실력, 곡 해석력이 없었다면 아이돌 쇼의 그 커다란 무대는 휑뎅그렁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크리스는 파워풀한 보컬이 아니어도 오직 편곡 실력과 컨템포러리한 보컬로 한 발 한 발 승부를 걸어나갔습니다.
압권은 top 3 때 불렀던 'heartless'였습니다. 일주일에 두 곡의 공연을 준비해야 하고, 고향 방문까지 했어야 합니다. 이렇듯 바쁘고 시간이 없을 때 크리스는 래퍼 카니예 웨스트의 곡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서 무대에 섰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보컬리스트 두 명과 경쟁해야 할 때 크리스는 달랑 기타 하나를 들고 나와 크리스가 얼마나 뛰어난 아티스트인지를 입증했습니다.
만약 그 무대에서 크리스가 다른 파워 보컬들을 흉내냈다면 너무도 처참한 결과물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크리스는 자기의 길이 머라이어 캐리나 셀린 디옹이 아닌 것을 잘 알았습니다. 크리스의 'heartless'를 들으면 언제나 소름이 돋습니다. 인디음악스러우면서도 컨템포러리한 보컬로 크리스는 결국 우승을 했습니다. 아이돌 쇼에서는 지금껏 '파워 보컬'들만 우승해왔습니다. 그리고 크리스가 그 패러다임을 헤치고 변화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아래 화면은 크리스의 아이돌 여정을 편집한 영상입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자 유부남이죠. 건강하고 밝고 긍정적인 매력이 그대로 드러나죠. 얼마 전 크리스 싱글이 발매되고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그가 대중에게 어느 정도까지 어필할 수 있을까요? 아이돌의 후광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음악시장은 정글입니다. 아이돌 쇼에 나와서 파이널리스트 자리에 오르고 우승하기도 그토록 힘들건만, 실제 음반을 판매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전화 한 통 하는 건 무료지만 음반을 사는 건 지갑을 여는 일이니까요.
저는 아이돌 쇼에서 일어난 이런 변화가 흥미롭고 반갑습니다. 캐리 언더우드 급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지 그렇지 못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인기에 관계 없이 크리스의 재능은 확실히 목격했기에 그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자, 지금 진행 중일 9시즌 오디션에서는 어떤 색다른 후보들이 나와서 이 쇼의 명성을 이어가 줄까요? 그것 또한 기대됩니다.
출처 : 아직은 짧은이야기
글쓴이 : 아직은 짧은이야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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