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스크랩] 달맞이꽃은 시들어가도

글라디올러스 2007. 7. 28. 15:06

 

어제는 장마가 다 지나간 것 같은 날씨였다.

해수욕장의 모래로 인해 하루 종일 눈부셨고

액정화면만 보며 찍게 돼 있는 카메라로는 사진조차 찍기 힘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현저하게 줄어드는 학생수를 걱정하고는

어디 무상 임대 아파트라도 지어야 하지 않겠느나 걱정했다.


이 달맞이꽃은 오래전부터 피기 시작했지만

저녁에 가서 찍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번번이 못 가고

출근하는 길에 찍으려 하다가 그 때는 이미 시들어 못 찍기 일쑤였다.


어제 아침엔 큰 맘 먹고 갔으나,

그 집에는 이미 꽃이 다 지고 열매가 맺어버려

좀 시들었지만 전에 담 너머로 찍은 것들을 모아 보낸다.

다만 한 송이짜리 꽃은 길 옆에 남은 것을 찍은 것이다.


 

♧ 달맞이꽃[Oenothera odorata]은


바늘꽃과에 속하는 2년생초로

남아메리카의 칠레가 원산지이며 한국 곳곳에서 귀화식물로 자란다.

꽃이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오므라들었다가 밤이 되면 활짝 벌어지기 때문에

밤에 달을 맞이하는 꽃이라고 해서 '달맞이꽃'이란 이름이 붙었다.


키는 50~90㎝ 정도로 뿌리에서 나온 잎은 로제트로 달리지만

줄기에서 나오는 잎은 어긋나며 너비가 좁고 길이는 길며

잎가장자리에 작은 톱니들이 있다.


꽃은 지름이 3㎝ 정도이고 노란색이며 7월부터 가을까지 핀다.

꽃잎과 꽃받침잎은 각각 4장이며, 수술은 8개이나 암술은 1개이고

암술머리는 4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열매는 긴 삭과(果)로 맺히고 위쪽부터 갈라져 나오는 씨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약으로 쓰인다.

큰달맞이꽃과 함께 관상용으로 심고 있는데, 큰달맞이꽃은

꽃지름이 8㎝ 정도로 달맞이꽃에 비해 매우 크다. (신현철)

 

 

♧ 달맞이꽃 - 오순화


우린 서로 모르고 살아가야 하나요

문득문득 눈물이 납니다.

입술을 깨물고 보고픈 당신을 삼킵니다.


당신 있는 곳으로 몇 번이고 뒷걸음질하는

두발을 동여매고 먼 산을 봅니다.

뇌리 속으로 스쳐가고 다가오는 말은 참아야 한다

그 어떤 고통까지도…


그러나 맥 빠진 외침일 뿐, 자신이 없습니다.

아무리 담담한 모습을 지녀도 가슴은 비어있고

쓰러지고 일어서는 일이 마치 바람과 같습니다.


내 온몸이

그리움의 병이 들고 비가 내리면

달빛에 여울져진 꽃 한 송이 피우리라

그 간절했던 한 사람을 향해.


그 소중했던

내 하나의 사랑을 위해

믿음으로 뿌리 만들고 사랑으로 꽃을 피우리라.


먼 훗날

가신 님 무덤가에 피고 지는 꽃이 있거들랑

기억해 주소서

그 옛날

달님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한 소녀가 있었다고.

 

 

♧ 달맞이꽃에게 - 김현태


눈물짓지 마라

운다고 잊을 수는 없다

밤에 피었다 해가 뜨면

한 순간에 시드는 것이

우리 인생살이다

너의 그리움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어찌 꽃망울조차 터트리지 않을 수 있느냐

밤이 오면 어김없이

달빛은,

매일 정류장에 마중 나와 너를 기다린단다

피어나거라 비록 시들지라도

그 한 순간을 위해 피어나거라

굳이 누군가의 사랑일 필요는 없다

다만 그리움으로도 충분하다


 

♧ 달맞이꽃 - 도종환


쥐똥나무 줄지어 늘어선 길을 따라

이제 저는 다시 세상으로 나갑니다

달맞이꽃 하염없이 비에 젖는 고갤 넘다

저녁이면 당신의 머리맡에 울뚝울뚝

노오란 그리움으로 피던 그 꽃을 생각했습니다

슬픔 많은 이 세상 당신으로 해서

참 많이도 아프고 무던히도 쓸어내던

그리움에 삼백 예순 날 젖으며도 지냈습니다

오늘 이렇게 비 젖어 걷는 길가에

고랑을 이루며 따라오는 저 물소리가

가슴 아픈 속사연을 품어 싣고

굽이굽이 세상 한복판을 돌아

크고 넓은 어느 곳으로 가는지를 지켜봅니다

당신이 마지막 눈 한 쪽을 빼서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던 이 세상에 내 남아서

어떻게 쓸모 있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당신은 철마다 피는 꽃으로 거듭거듭 살아나

보고 또 지켜보리란 생각을 하며

세상으로 이어지는 길고도 먼 길 앞에

이렇게 서서 한 번 더 뒤를 돌아다보고

걸음을 다시 고쳐 딛습니다

 

 

잎지고 찬 바람 부는 때는 외롭기도 하겠고

풀벌레 울음소리 별가를 스칠 때면

그리움에 아픔에 새는 밤도 있겠지만

이 세상 모든 이들도 다 그만한 아픔 하나씩

가슴에 품고 사는 줄은 아는 까닭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멀리 가는 바람 속에

당신의 고운 입김 있으려니 생각하고

가장 먼 곳에서 가장 가까이 내리는 빗발 속에

당신의 뜨거운 눈물도 섞였으려니 여기며

저는 다시 이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걸어 내려갑니다

아픔 많은 이 세상 자갈길에 무릎을 깨기도 하고

괴롬 많은 이 세상 뼈를 꺾이기도 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이야 누구에겐들 앗기우겠습니까

홀로 가는 이 길 위에

아침이면 새로운 하늘 한 낮의 구름

달이 뜨고 별이 뜨는 매일매일 그런 밤 있으니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달맞이꽃 지천으로 피듯

우리들 사랑도 그런 어느 낮은 골짝에 피어 있겠지요

우리들 사랑도 그런 어느 그늘에 만나며 있겠지요.

 

 

♧ 비 오는 달맞이꽃에게 - 이외수


이 세상 슬픈 작별들은 모두

저문 강에 흐르는 물소리가 되어라

머리 풀고 흐느끼는

갈대밭이 되더라


해체되는 시간 저편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시어들은

무성한 실삼나무 숲이 되어 자라 오르고

목메이던 노래도 지금쯤

젖은 채로 떠돌다 바다에 닿았으리


작별 끝에 비로소 알게 되더라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노래가 되지 않고

더러는 회색하늘에 머물러서

울음이 되더라

범람하는 울음이 되더라

내 영혼을 허물더라  


 

♧ 달맞이꽃 - 정민호


여울물에 달빛이 내려 와

하얗게 부셔져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 위에 함께 떠나보낸 나의 詩는

이 밤은 어느 강변(江邊)에 머물러 있는가.

바람에 실려 온 별들이 물 위에 뜨고

물에 젖은 별들이 지천으로 내리는

냇가로 가면

밤마다 띄워 보낸 나의 노래가

별무늬처럼 하얗게 깔려 있었다.

떠내려 가다가 지친 나의 詩는

계명성(鷄鳴聲) 떨어지는 새벽 우물에 고였다가

생명의 두레박에 걸려 새 아침으로 오리니,

노래여 떠내려가거라, 떠내려가서는

강 마을 未明의 안개 속에 숨었다가

고운 밤을 지새우는 달맞이꽃으로 피어다오.

그대 찾아간 어느 河口에서

회귀(回歸)하는 물고기들의 은빛 지느러미에 떨어져

이쁜 물살 따라 찾아오너라

하얗게 부셔지는 강여울에는 지금

달맞이꽃이 달을 향해 기울어져 가고 있다.

 

 

♬ 달맞이꽃 - 이용복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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